미국 동전에 사상 첫 한국계 여성, 스테이시 박 밀번의 이야기

8월 11일, 미국의 주화 역사에 새로운 장이 열린다.
25센트 동전, 일명 ‘쿼터’의 뒷면에 처음으로 한국계 여성의 얼굴이 새겨진 것이다.
주인공은 장애인 인권운동가 스테이시 박 밀번(Stacey Park Milburn, 1987~2020).
이름조차 처음 들어본 사람도 많겠지만, 앞으로 그녀의 얼굴은 미국 전역에서
매일 수억 번 사람들의 손끝을 스칠 것이다.

스테이시 박 밀번은 서울에서 태어났다. 주한미군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에서 성장했다.
선천성 근이영양증이라는 질환을 안고 태어난 그녀는 어린 시절부터 휠체어와 함께했지만,
그것이 세상을 향한 발걸음을 멈추게 하지는 않았다.
16세에 이미 주(州) 정부의 장애인 관련 위원회에서 활동하며 이름을 알렸고,
스무 살에는 ‘장애인 역사 및 인식의 달’을 지정하는 주법 제정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그 후 캘리포니아로 이주해 ‘Disability Justice Culture Club’을 설립했고,
오바마 행정부 시절에는 지적장애인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며 연방 정책에도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신장암을 앓던 밀번은 수술 합병증으로 인해 33번째 생일인 2020년 5월 19일,
짧지만 강렬했던 생을 마감했다.
그녀를 기리는 이번 동전은 ‘아메리칸 위민 쿼터스 프로그램’의 일부다.
이 프로그램은 참정권, 시민권, 과학, 예술, 인권 등 미국 사회 발전에 기여한 여성 20인을 선정해 2022년부터 2025년까지 매년 새로운 디자인의 쿼터를 주조해 왔다.
스테이시 박 밀번은 그 19번째 인물이다. 전동휠체어에 앉아 청중에게 연설하는 그녀의 모습이,
금속 표면 위에 세밀하게 새겨졌다.
화폐에 인물이 새겨진다는 건 단순한 영예가 아니다.
미국에서 화폐는 국가가 공식적으로 기억하고 싶은 인물과 가치의 집합이다.
책이나 박물관에 들어가는 인물은 일부러 찾아가야 하지만, 동전은 다르다.
커피값 거스름돈, 고속도로 톨게이트, 자판기 속에서 불쑥 손에 쥐어지고,
그것은 무심히라도 매일 수백만 번의 시선을 받는다.
그만큼 강력하고 은근한 기억의 장치다.
<이번 쿼터에는 세 가지 상징이 겹쳐 있다.>

한국계, 장애인, 여성.
이 다중정체성은 지금의 미국이 표방하는 다양성과 포용성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정치권의 선언보다, 뉴스의 논평보다, 이렇게 작은 동전 한 장이 훨씬 더 설득력 있게 메시지를 전한다.
“이 나라는 이런 사람을 기억한다. 이런 사람을 우리 역사 속에 넣는다.”
*또한 이 동전은 한인 디아스포라 역사에도 중요한 이정표가 된다.

미국 화폐에 한국계 인물이 등장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한인 사회의 영웅은 주로 경제적 성공이나 독립운동과 같은 전통적 업적에서 나왔지만,
스테이시 박 밀번은 인권과 사회운동이라는 다른 길로 새로운 ‘첫 페이지’를 열었다.
혼혈, 1.5세대, 다중정체성을 가진 그녀가 한인 대표 상징으로 자리 잡는 것은,
한인 정체성의 폭이 넓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쿼터는 대량 주조되어 전국적으로 유통되지만, 발행이 끝나면 더 이상 새로 찍히지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사라지는 건 아니다.
미국의 동전에는 유통기한이 없다. 파손되지 않는 한 수십 년을 넘게 돌아다닌다.
아마 2050년에도, 2080년에도 누군가는 주머니 속에서 스테이시 박 밀번의 얼굴을 발견하고,
잠시 멈춰 “이 사람은 누구였을까” 하고 검색할 것이다.
그 순간, 그녀의 이야기는 다시 살아난다.
이것이 화폐에 새겨진다는 진짜 의미다.

스테이시 박 밀번 쿼터는 금속에 새긴 초상이 아니라,
세대를 넘어 살아 숨 쉬는 ‘이동하는 기념비’다.
그녀의 얼굴과 이름이 미국인의 일상 속에서 계속 오가며,
다문화, 포용, 인권이라는 가치를 조용히, 그러나 집요하게 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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